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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릴 때부터 한 번도 시력이 나빠진 적이 없었습니다. 학창 시절 친구들이 안경을 쓰기 시작할 때도, 심지어 밤늦게까지 책을 보고,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도, 내 눈은 비교적 건강하게 버텨주었습니다. 시력검사를 하면 한참 좋을때는 2.0/2.0 이 나왔었으니까요. 그래서 안경이라는 물건은 늘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었습니다.

 

그런데 어느새,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.

 

어느 날 책을 읽다 문득 작은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. 처음에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갔지만, 상황은 점점 더 잦아졌습니다.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쉽지 않고, 가까운 물건을 볼 때마다 조금씩 눈을 찡그려야 했습니다. 그렇게 몇 달을 버티다가 드디어 ‘노안’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습니다. 그리고 안경을 맞추게 되었습니다.

안경

 

처음 안경을 쓰고 거울을 봤을 때,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. 안경을 쓴 내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, 살짝 달라진 얼굴이 어색하기도 했습니다. 마치 내 일부가 아닌, 그냥 일시적으로 걸친 물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.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경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되었습니다. 가까운 화면이나 책을 볼때 쓰다보니 학교에 하나, 집에도 하나씩 사두었습니다. 안경을 쓰고 다시 또렷한 시야를 만났을 때, 어릴 적 친구들이 안경을 쓰고 "세상이 달라 보인다"라고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.

 

노안과 함께한 삶은 불편함보다는 새로운 일상으로 다가왔습니다.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 눈의 건강을 위해 안경이 필요한 나 자신을 인정하면서 말이지요. 물론 가끔은 이 묘한 기분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. 하지만 이것 또한 나이와 함께 얻어가는 소중한 경험이 아닐까 싶습니다.

 

"안경을 쓴 나의 새로운 모습, 어쩌면 이것도 나이 드는 재미 중 하나일지 모른다."